문화/예술

"서양 꽃꽂이와는 근본이 다르다"…우리가 몰랐던 K-꽃꽂이에 담긴 진짜 철학

 가을을 맞은 창경궁이 관람객들을 역사 속 주인공으로 만들고, 전통 화훼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특별한 축제의 장으로 변신했다. 국가유산진흥원이 주최하는 '2025 가을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관객 참여형 궁중극 '시간여행'과 노년층 맞춤형 화훼 체험 '동궐 장원서'가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역사의 현장을 직접 거닐고, 배우와 소통하며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새로운 형태의 궁궐 체험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안겨주었다. 이번 행사는 역사의 공간이 가진 힘을 극대화하여, 관객이 직접 시간 여행자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기획되었다.

 

이번 축전의 백미는 단연 120분간 창경궁의 네 공간을 무대로 펼쳐지는 궁중극 '시간여행'이다. 이 극은 관객을 단순한 구경꾼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명정문 앞에서 관객들은 가뭄과 홍수로 고통받는 영조 시대의 백성이 되어, 임금이 직접 곡식을 나눠주는 구휼 의식 '임문휼민의'에 참여한다. 배우들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고 문답을 주고받으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통역관 배역을 따로 두어 언어의 장벽을 허문 세심함이 돋보였다. 명정전에서는 성종 시대의 궁중 연회가 재현되고, 경춘전에서는 정조의 탄생 설화가, 통명전에서는 관객이 직접 간택 후보가 되어 왕비가 결정되는 극적인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 이는 역사를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고 참여하는 살아있는 경험으로 탈바꿈시킨 파격적인 시도다.

 


궁궐의 또 다른 한편인 대온실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행사가 열렸다. 조선시대 궁궐의 조경과 화훼를 담당하던 '장원서'를 주제로 한 전통 화훼 체험 프로그램은 '60세 미만 참여 불가'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오직 노년층만을 위해 마련된 이 공간에서 참여자들은 '반려화분 만들기'를 통해 궁중 원예 문화를 체험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전통차와 다과를 즐겼다. 특히 한국 꽃꽂이 명인에게 직접 듣는 우리 꽃꽂이의 철학은 프로그램의 깊이를 더했다. 서양이 형태와 이성을 중시하며 플로랄 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하늘과 땅, 인간의 조화를 중시하며 자연 소재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에서 출발했다는 설명은 참여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대한노인회 종로구지회 소속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행복이 가득했다. 83세의 한 참여자는 "나이 먹은 사람들을 특별히 초청해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준다는 사실에 오는 내내 설레고 행복했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생전 처음으로 이런 문화 체험에 참여해본다는 77세의 또 다른 참여자 역시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창경궁의 가을 축제는 잊혔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리고, 특정 세대를 위한 맞춤형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행사를 넘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풀무원·CJ, 휴게소 맛집 전쟁 발발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고속도로 휴게소가 미식 여행의 새로운 목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00명 중 약 72%가 올해 여름휴가를 계획 중이며, 이들 중 74% 이상이 강원도와 제주도 등 국내 여행지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시대에 해외여행 대신 국내로 눈을 돌린 여행객이 늘어나자, 휴게소 식음료 시설을 운영하는 컨세션 업체들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이색 메뉴를 잇달아 출시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풀무원푸드앤컬처는 전라남도 완도군과 손잡고 지역 상생 모델인 '로코노미(Loconomy)' 메뉴를 선보였다. 전국 28개 휴게소를 운영하는 풀무원은 완도산 전복을 주재료로 한 보양식 5종을 출시하며 여행객들의 기력 회복을 돕는다. 대표 메뉴인 '완도전복 돼지맑은보양탕'은 깊은 육수에 전복과 돼지고기를 담아내 공주와 오수 휴게소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순두부찌개, 라면, 우동 등 대중적인 메뉴에 전복의 감칠맛을 더해 전국 16개 지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서해안의 관문인 행담도휴게소는 방송의 힘을 빌려 '꽃게 라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이곳은 최근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방문객들 사이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성지로 입소문이 났다. 얼큰한 국물에 꽃게를 통째로 넣어 바다 풍미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유일의 해상 휴게소라는 지리적 이점과 서해대교의 노을을 감상하며 즐기는 별미라는 점이 맞물려,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관광 코스로 소비되고 있다.국내 여행지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강원도(33.0%)로 향하는 길목의 휴게소들도 분주하다. 여행객들은 이제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휴게소에서 지역 특색이 담긴 음식을 경험하는 것을 여행의 시작으로 여긴다. 이에 따라 컨세션 업계는 무인 판매대를 설치해 완도 손질 전복 등 지역 특산물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는 휴게소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휴게소 메뉴의 진화는 고물가 시대의 합리적 소비 경향과도 맞닿아 있다. 비싼 관광지 식당 대신 검증된 대기업의 운영 노하우와 지역 신선 식재료가 결합한 휴게소 음식을 선택하는 실속파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다. 업체들은 입지적 특성을 반영한 메뉴 개발뿐만 아니라 서비스 질 향상에도 공을 들이며 '대표 맛집 휴게소'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속도로 이용객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컨세션 업계 관계자들은 휴게소를 특별한 문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메뉴 다양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공간에서 벗어나,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유의 맛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올여름 서해안과 동해안을 잇는 고속도로 위에서는 완도 전복과 서해 꽃게를 앞세운 업체들의 맛 대결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