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고분 뷰 미술관에서 '눕독'까지…요즘 MZ들이 경주를 즐기는 법

 '천년 고도' 경주가 낡은 이미지를 벗고 다채로운 매력을 입은 '천의 얼굴'로 거듭나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유적지를 둘러보는 수학여행지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통과 현대, 자연과 스릴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여행지로 진화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고유의 문화유산에 젊은 감각을 덧입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뉴 헤리티지' 전략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노서동 고분군을 정원처럼 품은 '오아르 미술관'은 고분이라는 압도적인 주인공을 위해 스스로를 낮춘 건축 미학으로 개관 반년 만에 18만 명을 끌어모았다. 100년 역사의 옛 경주역장 관사를 개조한 카페 '보우하사'와 수장고를 리모델링해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의 '신라 천년서고' 역시 낡은 공간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해 MZ세대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경주의 변신은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도 이어진다. 황리단길의 소란스러움에서 차로 10분만 벗어나면 고즈넉한 생태습지가 펼쳐지는 '금장대 습지공원'이 나타나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곳의 나룻배 포토존은 경주의 새로운 인생샷 명소로 떠올랐다. 숨겨진 비경으로 꼽히는 '화랑의언덕'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탁 트인 고원 위 '명상바위'에 앉아 산과 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면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 되며, 경주가 품은 의외의 대자연을 실감하게 한다. 여기에 더해, 많은 이들이 경주가 동해를 품은 바다 도시라는 사실을 잊곤 하는데, 파도와 시간이 빚어낸 예술작품인 '양남 주상절리군'의 부채꼴 절경과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까지, 경주의 자연은 사계절 내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정적인 도시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는 역동적인 즐길 거리도 가득하다. 영남권 최대 테마파크인 '경주월드'는 이제 스릴 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린다. 발이 공중에 뜬 채로 질주하는 '파에톤'과 90도로 수직 낙하하는 '드라켄'은 짜릿함의 극치를 선사하며, 최근에는 51m 높이에서 그네처럼 회전하는 '타임라이더'까지 가세해 심장을 멎게 할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보문호수를 내려다보며 3km 트랙을 질주하는 '경주루지월드'는 속도감을 즐기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며, 건물 전체가 거대한 오락실인 '원더스페이스 보문점'은 날씨와 상관없이 무제한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실내 놀이공원이다.

 

경주는 이제 역사를 눈으로만 보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체험하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경주읍성과 대릉원 등 실제 유적지를 무대로 펼쳐지는 야외 방 탈출 게임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를 따라 미션을 해결하며 첨성대와 핑크뮬리 사이를 누비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게임과 여행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로, 역사 공부와 놀이를 동시에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경주는 고고한 천년 고도의 품격은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미술관, 광활한 자연, 짜릿한 액티비티, 그리고 인터랙티브한 역사 체험까지 더하며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예측 불가능한 매력의 여행지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알고 보니 새빨간 거짓말…안세영 '인사 패싱' 논란, 1년 만에 밝혀진 전말

 지난해 9월, 파리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한민국 배드민턴계는 큰 홍역을 치렀다. 대표팀 운영의 난맥상을 용기 있게 고발했던 안세영을 향해 대한배드민턴협회 고위 관계자가 국정감사장에서 "선배와 코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폭탄 발언을 던진 것이다. 올림픽 이후 부상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덴마크 오픈에서의 일을 콕 집어 제기된 이 주장은 내부 고발자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다. 세계 챔피언을 한순간에 예의 없고 교만한 선수로 낙인찍으려는 듯한 발언에 국정감사장은 술렁였고, 이는 곧장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협회 관계자의 공격은 집요했다. 그는 안세영이 장재근 당시 선수촌장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덧붙이며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장 전 촌장이 직접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곧바로 새빨간 거짓말로 탄로 났다. 국회의원들은 "세계적인 스타를 인격적으로 저격하고 왕따시키는 것"이냐며 강하게 질타했지만, 해당 관계자는 "인사를 안 한다고 말한 것과 인격 모독은 다르다"며 끝까지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하려 했다. 실력으로 국위를 선양한 선수에게 '인사'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려 했던 협회의 구태의연한 행태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안세영은 코트 안팎에서 완벽하게 다른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물론, 경기장 곳곳에서 보여준 그의 행동은 1년 전의 모함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를 증명한다. 1라운드에서 완패한 인도의 하위 랭커 안몰 카르는 "안세영이 경기 전 따뜻한 말을 많이 건네줘 좋았다"며 세계 1위의 격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그는 4강과 결승에서 만난 숙명의 라이벌 천위페이와 왕즈이를 향해서도 SNS를 통해 진심 어린 존중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최근에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선수위원으로 선출되어 전 세계 동료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중책까지 맡게 됐다. 이는 그의 리더십과 인품을 동료 선수들이 얼마나 깊이 신뢰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실력과 인성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귀감이 되는 선수를, 불과 1년 전 같은 나라의 어른들은 '싸가지 없는 선수'라는 낙인을 찍고 사실상 집단 린치를 가하려 했다. 1년의 시간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는, 과연 누가 진정으로 한국 배드민턴의 명예를 실추시켰는지 우리에게 되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