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1년에 단 35분, 대한민국 하늘이 숨죽이는 순간…전국 공항 '셧다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오는 13일, 대한민국 전역의 하늘길이 수험생들을 위해 일시적으로 멈춰 선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1시 5분부터 1시 40분까지 총 35분간을 ‘항공기 비행 제한 시간’으로 설정하고 전국 모든 공항에서의 항공기 이착륙을 전면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능 영어 영역 듣기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항공기 소음으로 인해 수험생들이 받을 수 있는 방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매년 수능일에 반복되는 이 특별 조치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될 수 있는 수험생들이 온전히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배려하고 협력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시행된다.

 

통제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영공은 사실상 거대한 정적에 휩싸이게 된다. 이륙을 앞둔 모든 항공기는 이륙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지상에서 대기해야 하며, 이미 비행 중이던 항공기들은 관제 기관의 지시에 따라 지상으로부터 3km 이상의 상공에서 선회 비행하며 통제 시간이 해제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다만,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비상 상황이나 긴급 구조 활동에 투입되는 항공기는 이번 통제 조치에서 예외로 인정되어 즉각적인 운항이 가능하다. 이번 조치로 인해 운항 스케줄에 영향을 받는 항공편은 국내선과 국제선을 포함해 총 140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각 항공사는 사전에 예약 승객들에게 변경된 운항 정보를 안내하고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번 비행 제한 조치는 일반 여객기뿐만 아니라 하늘을 나는 모든 비행체에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최근 급증한 드론은 물론, 각종 레저 활동에 사용되는 초경량 비행 장치 역시 해당 시간에는 비행이 엄격히 금지된다. 이는 작은 소음원 하나까지도 철저히 관리하여 수험생들에게 완벽에 가까운 시험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혹시 모를 비행 활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관련 협회와 동호회 등에 사전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불법 비행 감시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수험생들이 느끼는 극도의 긴장감과 중압감을 고려할 때, 35분간의 ‘완전한 침묵’은 단순한 소음 통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보내는 무언의 응원인 셈이다.

 

이처럼 고요한 35분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수많은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국토부 항공교통본부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항공교통관제 기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그리고 각 항공사와의 실시간 협력 체계를 가동한다. 이들은 통제 시간 동안 항공기들의 안전한 대기와 운항 재개를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빈틈없는 관제 시스템을 유지한다. 일 년에 단 한 번, 오직 수험생들을 위해 대한민국 하늘의 시계를 멈추는 이 특별한 작전은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순간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겁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상금만 1억 부커상, 심사위원 만장일치…'모두가 즐겁게 읽은 어두운 책'의 정체는?

 영국을 넘어 전 세계 영문학계의 시선이 집중된 최고 권위의 문학상, 부커상의 2025년 주인공이 마침내 가려졌다. 현지시간 10일 저녁,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화려한 시상식에서 헝가리·캐나다계 영국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플레시(Flesh)'가 올해의 수상작으로 호명되었다. '플레시'는 헝가리 출신의 한 청년이 수십 년의 세월 동안 헝가리의 낡은 주택 단지를 시작으로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거쳐 런던의 화려한 상류 사회에 이르기까지, 극적인 계급 이동을 겪는 과정을 밀도 높게 추적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개인의 내밀한 욕망과 선택이 거대한 사회 구조와 계급, 권력, 그리고 정체성의 문제와 어떻게 충돌하고 얽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번 부커상 최종 후보 명단에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의 '플래시라이트(Flashlight)'가 포함되어 국내외 문학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도 최종 수상의 영예는 '플레시'에게 돌아갔다. '플래시라이트'는 격동의 동아시아 현대사를 배경으로, 재일교포 남성 '석'과 그와 국경을 넘어 사랑에 빠진 미국인 아내 '앤', 그리고 그들의 딸 '루이자'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가족의 수십 년 세월을 태평양을 넘나들며 그려낸 대서사시다. 한국인의 디아스포라와 정체성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호평받았지만, 올해는 솔로이의 작품이 지닌 독특한 형식미와 주제 의식에 밀려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올해의 수상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성장했으며, 현재는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는 등 경계인의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특히 명문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문단에 데뷔하기 전 금융 광고 영업 부문에서 일했던 독특한 이력은, 그의 작품 세계가 끊임없이 탐구해 온 '계급'과 '욕망'이라는 주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게 한다. 솔로이는 수상 소감에서 "이 책을 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압박에 현명하게 대처하지도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소설은 미학적, 형식적, 심지어 도덕적 위험까지 감수할 수 있는 장르이며, 우리 소설 공동체가 이러한 위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문학의 실험 정신을 역설했다.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플레시'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혀, 작품이 지닌 압도적인 문학적 성취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아일랜드 작가 출신의 로디 도일 심사위원장은 "'플레시'는 분명 어두운 책이지만, 우리 심사위원 모두는 이 책을 즐겁게 읽었다"고 평하며, 극도로 간결한 문체와 의도적으로 활용된 문장 사이의 여백, 그리고 절제된 대화 등 기존의 소설 문법을 과감히 파괴한 작가의 독창적인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 이로써 데이비드 솔로이는 영문학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와 함께 상금 5만 파운드(약 9,600만 원)를 거머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