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위기 임산부를 위한 '보호출산제' 정책, 정작 홍보는 '소극적'

 7월 19일부터 시행되는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산부의 익명 출산을 허용하며, 정부가 선정한 16개 상담 기관에서는 신원을 밝히지 않고도 상담, 의료 서비스, 양육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병원에서 번호를 발급받은 후 '익명' 출산도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안전한 출산 지원을 위한 제도가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공식 상담 기관과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상황이다. 보호출산제 도입으로 위기 임산부가 양육이 아닌 입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로 인해 정책 홍보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2023년 당시 국회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알리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극적인 홍보가 오히려 위기 임산부와 영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입양보다 직접 양육을 선택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2024년 상반기 베이비박스에 접수된 영아 중 입양은 2건이었고, 직접 양육한 사례는 12건이었다.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박스에 산모가 아이를 두면 즉시 출동한 상담사의 상담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비박스는 영아 유기의 장소가 아닌, 위기 상태의 산모를 안정시키며 의료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베이비박스의 역할을 강조했다. 2014년에 보호출산제를 도입한 독일도 마찬가지로 입양보다 직접 양육을 선택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인 강현아는 "보호출산제는 무조건 입양하게 하는 법이 아니라 위기 임산부에게 정부가 공식적 상담과 지원을 약속하는 제도"로 정의하며, 정책의 적극적 홍보가 산모와 아이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 사지 마!"… 정부, 환율 급등하자 결국 '최대 고래' 국민연금에 SOS

 외환시장의 ‘슈퍼 을(乙)’로 불리던 외환당국이 결국 ‘최대 큰손’ 국민연금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다. 기획재정부는 24일,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과 함께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연금의 수익성과 시장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급등하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쏟아부어도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자, 달러 수요의 최대 원천인 국민연금을 직접 압박해 환율 안정을 꾀하려는 정부의 다급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 ‘SOS’를 친 셈이다.이번 4자 협의체의 핵심 의제는 단연 국민연금의 막대한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대규모 거래를 지속적으로 일으켰고, 이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환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시장의 수급 논리상 ‘달러를 사는 자’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데, 그 규모가 정부의 개입 물량을 압도할 정도에 이르자 더는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달러를 푸는 동안, 국민연금은 투자를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되는 상황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해법은 국민연금의 ‘환헤지(Hedge)’ 비율을 인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재 환율로 투자 자금의 가치를 고정하는 금융기법이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직접 사들이는 대신, 선물환 계약 등을 통해 조달하게 되면 당장의 현물환 수요를 줄여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조 원을 해외에 투자할 때, 이를 전액 시장에서 달러로 바꾸는 대신 선물환 계약을 통해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확보하는 식이다. 이는 외환당국 입장에서 시장 개입을 위한 실탄(외환보유고)을 아끼면서도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로 여겨진다.하지만 이러한 해법은 국민의 노후자산 수익률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환헤지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향후 환율이 상승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환차익’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즉, 단기적인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 전체의 장기적인 노후 소득을 깎아 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환율 안정’이라는 공익과 ‘연금 수익률 극대화’라는 국민연금의 설립 목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정부의 입김에 따라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좌우될 경우,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이번 4자 협의체의 결정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