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바다멍' 하기 딱 좋은 곳..낭만·위안은 덤

 강원도 동해의 묵호항은 ‘먹물처럼 검은 호수’라는 뜻의 한자어에서 이름이 유래했지만, 그 이미지와 달리 묵호는 낭만과 위안을 주는 공간으로 여러 문학과 영화에서 그려져 왔다. 강릉 출신 소설가 심상대가 1990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묵호를 아는가』는 이혼 후 고향 묵호로 돌아와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허진호 감독의 2001년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도 묵호항 근처 아파트가 등장하며 낭만적인 사랑의 배경으로 그려졌다.

 

이처럼 묵호항과 동해바다는 오래전부터 마음의 위안을 주는 장소로 사랑받아왔다. 올해 5월, 한국관광공사는 ‘바다 가는 달’ 캠페인의 일환으로 ‘동해바다 씨톡스 여행’을 선보이며 몸과 마음의 해독과 회복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여행 문화를 제안했다. 씨톡스(Sea-Tox)는 ‘바다(Sea)’와 ‘해독(Detox)’의 합성어로, 동해 바다를 통해 심신의 휴식을 취하는 여행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참가자 약 20명씩을 모집해 동해와 삼척에서 각각 1박 2일 동안 ‘호라이즌 동해’와 ‘웨이브 삼척’이라는 테마로 진행됐다. 동해에서는 파도 소리와 책 읽기, 명상 등 쉘니스(쉼+웰니스) 여행을 통해 잔잔한 힐링을 제공했고, 삼척에서는 투명 카누 타기, 훌라댄스 체험 등 보다 활동적인 체험 위주의 해양 디톡스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6월 중순에는 동해와 삼척을 하루씩 경험하는 ‘다이브, 동해-삼척’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들이 동해와 삼척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1월 개통된 동해선을 통한 접근성 향상과 두 지역이 간직한 독특한 해양관광 자원과 역사적 정체성을 꼽았다. 실제로 ‘호라이즌 동해’ 참가자들은 해파랑길 34코스, 묵호등대, 망상해수욕장,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해랑전망대, 묵호시장, 연필박물관 등을 방문하며 해안 트레킹과 싱잉볼 명상, 여행작가와의 로컬투어, 바다와 책에 집중하는 ‘바다멍’, ‘책멍’ 체험 등을 즐겼다.

 

특히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투명 유리 스카이워크와 ‘도깨비 방망이’ 모양의 해랑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파도는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하평해변에서는 잔잔한 바다를 배경으로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김광수(45세) 씨는 “바다 앞에서 책을 읽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행의 피로는 동해보양온천호텔에서 온천으로 풀었으며, 둘째 날 아침에는 통창 너머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싱잉볼 명상을 체험했다. 히말라야 지역의 명상 도구인 싱잉볼을 이용한 명상은 참가자들의 마음을 한층 차분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여행작가 채지형과 함께하는 묵호골목 로컬투어가 진행돼 책방과 카페, 소품샵 등을 둘러보며 지역 특유의 매력을 느꼈다. 특히 연필의 제작과 역사 전시가 있는 연필박물관 방문은 묵호 여행의 의미를 더했다. 채지형 작가는 “논골담길이 내려다보이는 연필박물관에서 참가자들이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며 “바다 앞에서 모두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웨이브 삼척’ 프로그램은 역동적인 체험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나릿골 감성마을, 이사부독도기념관, 죽서루, 장호항 어촌마을, 초곡용굴 촛대바위길, 덕봉산 생태탐방로 등 다양한 명소를 방문하며 투명카누를 타고 장호해변 절경을 만끽했다. 장호해변은 크고 작은 갯바위와 돌섬이 어우러져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명소다.

 

 

 

맹방해변에서는 하와이안 훌라댄스 수업을 받으며 모래 위에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이영란(54세) 씨는 “푸른 삼척 바다를 배경으로 꽃무늬 치마를 입고 훌라댄스를 추는 순간, 자유로움과 큰 치유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구렁이가 용으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든 초록용굴, 섬이었던 곳이 육지로 연결된 덕봉산, 국보로 지정된 관동팔경 중 최대 누각인 죽서루 등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에는 바다에서 주운 유리와 조개껍데기로 업사이클링 액세서리를 만드는 체험이 진행되어 여행의 추억을 물리적 기념품으로 간직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하반기에도 강원 지역의 해양관광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동해선 철도 정차역 홍보 및 지역별 맞춤형 해양관광 상품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이번 ‘동해바다 씨톡스 여행’을 기획한 박소영 강원관광협력관은 “초등학생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가족, 친구, 연인 등 여러 구성원이 함께해 뿌듯했다”며 “‘동해바다 힐링’이라는 주제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싱잉볼 명상과 하와이안 훌라처럼 바다에서 할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을 준비해 참가자들에게 진정한 해독과 치유를 선사하려 했다”며 “단순히 눈으로 보는 바다가 아닌 몸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해 강원도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협력관은 이번 여행의 콘셉트 중 하나로 ‘소도시 여행’을 강조했다. 그는 “소도시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와 협력해 지역의 진정한 매력을 여행객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며 “동해에서는 잔잔한 쉼을, 삼척에서는 역동적인 체험을 통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동해바다 씨톡스 여행’은 자연과 문화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체험과 힐링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강원 동해안 해양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치명률 50% 에볼라 공포, 아프리카 넘어 전 세계 비상

 아프리카 중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동부 지역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제 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유행은 지난달 말 의료 종사자의 사망을 시작으로 이투리주 일대 보건구역에서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130명을 넘어선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각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특히 이번 바이러스는 과거 우간다에서 발견되었던 '분디부교형'으로 확인되면서 기존 대응 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나온다.분디부교형 에볼라는 치명률이 최대 50%에 달하는 무서운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널리 쓰이는 자이르형 백신으로는 방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기존 백신을 이번 유행에 투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으며, 이에 따라 조기 수액 공급과 같은 지지요법 외에는 뚜렷한 치료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WHO는 유행의 규모와 전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판단하고, 비상 자금을 긴급 투입하는 동시에 실험 단계에 있는 범에볼라 후보 백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바이러스의 확산세는 국경을 넘어 인접국인 우간다까지 집어삼켰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확진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도시인 고마와 캄팔라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유행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분쟁 지역 내 잦은 인구 이동과 열악한 의료 환경이 맞물리면서 실제 감염 규모는 공식 통계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현지 구호단체들의 비관적인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미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자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고강도 대응책을 내놨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민주콩고와 우간다 등을 방문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했으며, 국무부는 해당 지역 주재 대사관의 비자 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이러한 조치는 의료 선교 활동 중이던 미국인 의사가 감염되어 유럽으로 이송되는 등 자국민 피해가 현실화된 데 따른 결정이다. 미국 내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도는 낮게 평가되고 있으나, 검역과 모니터링 수위는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다.하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여행 제한 조치를 두고 국제 보건 기구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Africa CDC)는 광범위한 국경 폐쇄와 입국 금지가 공포를 조장하고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신 발병 현장에서의 정밀한 감시와 접촉자 추적, 그리고 안전한 장례 절차 확립이 확산 차단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타격과 보건적 대응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향후 국제 공조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현재 민주콩고와 우간다 보건당국은 감염 의심자 격리와 의료기관 내 감염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옥스퍼드대 등 해외 연구진이 개발 중인 후보 백신 물량이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실제 접종을 통한 방어막 형성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분쟁과 가난, 그리고 신종 바이러스라는 삼중고 속에 놓인 아프리카 동부 지역의 에볼라 유행이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 사회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의료 물자 투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