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이것’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아이들…그들의 무기는 바로 ‘점자’였다

 제99돌 ‘점자의 날’을 맞은 지난 4일,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시각장애를 가진 초등학생 36명이 한자리에 모여 점자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작지만 단단한 손으로 점판 위에 한 자 한 자 정성껏 점자를 새겨 넣었다.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글 점자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그 날을 기념하는 이날,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점자는 이들에게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 세상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더 큰 미래로 나아가는 필수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입을 모아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점자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점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학교를 졸업하면 프로파일러가 되어 세상에서 빛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한빛맹학교에 재학 중인 김세아 학생의 당찬 포부다. 이처럼 교실에 모인 아이들은 저마다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과학자를 꿈꾸는 장하진 학생, 판사가 되고 싶다는 현재성 학생까지, 이들의 꿈은 비장애인 학생들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현재성 학생은 “점자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점자가 자신에게 주는 무한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표현했다. 보이지 않는다는 물리적 한계는 이들의 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점자라는 든든한 무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아이들의 꿈 뒤에는 든든한 조력자인 학교와 선생님들이 있다. 특히 자신 또한 시각장애인인 한빛맹학교 김양수 교장은 올바른 점자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시각장애인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면 사회에 기여하는 큰 인물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교장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이 점자를 통해 자립심을 키우고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빛맹학교를 ‘시각장애인 교육을 가장 잘하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며,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결국 점자의 날은 단순히 과거의 업적을 기리는 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시각장애인 아동들이 꾸는 원대한 꿈의 가치를 확인하고, 그 꿈을 향한 사회적 지지와 응원을 다짐하는 날이다. 점자라는 여섯 개의 점이 모여 무한한 세상을 열어주듯, 아이들의 작은 손에서 시작된 꿈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더욱 밝게 비출 것이다. 프로파일러, 과학자, 판사. 한빛맹학교 교실에서 울려 퍼진 아이들의 희망찬 목소리는, 점자가 단순한 문자가 아닌 ‘가능성’의 또 다른 이름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들이 앞으로 그려나갈 빛나는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단풍 구경 오지 마세요?'…결국 대전시가 칼 빼 든 '이곳'의 교통 대란

 전국적인 단풍 명소로 이름난 대전 장태산 자연휴양림이 가을의 절정을 맞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즐기러 가는 길은 매년 극심한 고통으로 악명 높았다. 최근 3년간 연평균 174만 명이 다녀갔고, 이 중 27%에 달하는 방문객이 10월과 11월 단풍철에 집중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주말이면 하루 평균 2만 명이 넘는 인파와 100대 이상의 대형버스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휴양림으로 향하는 약 4km 남짓한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평소라면 10분에서 15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를 1시간, 심지어 2시간 가까이 길 위에서 허비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방문객들의 불만과 원성은 극에 달했다.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도 전에 진입로에서부터 지쳐버리는 최악의 경험이 해마다 되풀이된 것이다.이에 대전시가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11월 한 달을 특별 교통대책 기간으로 선포하고, 주말과 공휴일에 집중하여 고질적인 교통난 해소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단순히 인력을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는 입체적인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가장 핵심적인 조치는 대규모 임시주차장 확보다. 대형버스는 휴양림 주차장에서 승객을 하차시킨 뒤, 인근 기성중학교 운동장과 벌곡로 일원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으로 이동하여 주차하도록 했다. 이는 휴양림 내부의 주차 및 회차 공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 일반 승용차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또한,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교통안내요원을 곳곳에 배치하고, 실시간 상황을 공유하는 안내상황실을 운영하여 방문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이번 대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얌체 주차'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이다. 시는 제2주차장 내에 대형버스 전용 회차 공간을 별도로 조성하는 한편, 상습적인 노면 주차로 몸살을 앓았던 약 1.2km 구간에 중앙선 차단시설을 설치했다. 물리적인 시설물을 통해 불법 주정차 공간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차량 흐름을 막는 가장 큰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와 함께 휴양림 인근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 주변을 중심으로 불법 주정차 집중 단속을 예고하며, 시민들의 안전까지 고려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응급상황 대응체계 구축 역시 이번 대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대전시의 이번 노력은 단기적인 처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시는 올해의 특별 대책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장태산 자연휴양림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전문 용역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 전문가들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통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11월의 교통 대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나아가 내년의 전문적인 관리 시스템까지 안착된다면, 장태산은 극심한 교통체증이라는 오명을 벗고 누구나 편안하게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진정한 힐링 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