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다음날' 대통령 주재 회의서 "압사" 단어 삭제 지시

이 같은 내용은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로 불리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논의됐다.
이 톡방에는 보건복지부, 소방청, 소방본부, 중앙응급의료지원센터, 재난거점병원별 재난책임자, 시·도, 응급의료기관 등 여러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었다.
오후 5시 기준 사상자 현황 자료가 공유되자,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오늘 대통령주재 회의 결과 이태원 압사 사건을 ‘압사’ 제외하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한다”고 말했고, 이에 서울 재난인력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로 변경하겠다”고 답했다.
KBS는 “참사 당일 112신고 내용에도 시민들의 입을 통해 수차례 등장했던 ‘압사’라는 단어는 당시 사고 정황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낸 말이지만, 대통령 주재 중대본 회의에서 이를 쓰지 말라고 결정했고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정부 각 기관에 신속하게 전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KBS에 “회의 전달 상황이었고, 보고서 제목을 통일하자는 취지였다”며 “왜 그랬는지 기억은 나지 않고, 그렇게 용어를 쓰자고 지시가 나왔기 때문에 크게 괘념치 않고 전달만 한 것”이라고 밝혔다.
KBS “결국 문제는 참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라며 “사고 수습과 희생자 지원에 매진해야 할 때, 정부 관계자들이 참사를 어떻게 부를지 문제를 두고 논의하는 건 참사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 있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했다.
관련해 야당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패륜적 ‘마약 부검’ 제안에 이어 ‘압사 삭제’ 지시로 윤석열 정권이 참사 수습보다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권이 참사 초기부터 책임을 회피하는 망언을 일삼았던 속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변인은 “제대로 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이상민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정확히 누구에 의해 ‘압사 삭제’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참사 책임을 회피하고, 최소한의 책임 있는 조치조차 외면하는 정권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