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점심시간에 문 닫은 주민센터... '밥 먹을 권리' vs '세금 낭비' 격돌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온전히 식사하고 휴식할 수 있는 '점심시간 휴무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 제도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이 교대근무 없이 일괄적으로 휴무하는 방식이다. 2017년 경남 고성군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 전국 100여 개 지자체가 시행 중이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달서구와 중구의 일부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이후 수성구, 남구, 달성군도 가세했다. 당초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무원은 시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며 반대해 미뤄졌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는 26일 확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며, 공무원 노조는 이날 회의장 앞에서 전면 도입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법적 제도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구 중구의회는 최근 '대구시 중구 민원실 설치 및 운영 관련 조례안'을 가결했다. 이 조례는 민원실 점심시간을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하고, 구청장 재량에 따라 1시간 범위 내에서 점심시간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북구에 이어 두 번째로 관련 조례가 통과됐다.

 

공무원노조는 점심시간 교대 근무가 오히려 민원 서비스 질 하락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교대 근무를 하면 점심시간 이후에도 1시간가량 절반만 근무하게 돼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청원경찰이 근무하는 본청과 달리 행정복지센터는 방호에 취약해 직원 안전 문제도 제기된다. 한 구청 공무원은 "악성 민원인이 많은 곳에선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신규 직원이 많다"며 "민원인의 폭언·폭행이 비일비재하나 인원이 부족한 점심 때는 더욱 즉각 대응이 어려워 직원들이 행정복지센터 근무를 꺼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들은 '공무원도 사람'이라며 이해하는 반응이 많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 중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시민은 "웬만한 민원은 인터넷으로 가능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대면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밥 한번 편히 먹지 못하는 상황은 이해한다"면서도 "원만한 민원 처리와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한 보완 조치도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21년 7월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한 광주광역시 5개 구청은 초기 우려와 달리 큰 혼란 없이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전국공무원노조 광주 동구지부장은 "시민 대다수가 이해해주셨고, 점심시간 민원 수요도 높지 않았다"며 "전 행정복지센터에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 수요가 높은 서울은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청 민원실은 점심시간 교대 근무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선 자치구도 구체적인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논의는 거의 없는 상태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도심 내 행정복지센터는 점심이 가장 바쁜 시간"이라며 "서울 특성을 감안하면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말했다.

 

점심시간 휴무제는 공무원의 휴식권과 시민의 행정서비스 접근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던진다. 지역별 특성과 민원 수요를 고려한 유연한 접근과 무인민원발급기 확대 등 대체 서비스 강화가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결국 공무원의 노동권과 시민 편의 모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예지 향한 '찬탄' 낙인찍기?…장애인 비하 넘어선 국민의힘 내부 갈등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애인 비하 및 당내 갈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이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한 발언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번 논란은 박 대변인이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비례대표 의원의 공천 과정과 그의 의정 활동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시작되었으며, 당의 포용성과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발언이 단순한 개인의 의견 표출을 넘어, 당내 특정 계파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당의 기본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논란의 중심에 선 박민영 대변인의 발언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었다. 그는 국민의힘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언급하며 "장애인 할당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한편, 김예지 의원을 직접 겨냥해 "눈이 불편한 걸 빼면 기득권"이며 "배려를 당연히 여긴다"고 평가했다. 발언의 수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해 "당론을 제일 많이 어기고, 배은망덕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표현들은 장애 자체를 폄하하는 것을 넘어, 한 인격체이자 동료 정치인에 대한 명백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즉각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박 대변인의 '배은망덕'이라는 표현은 김예지 의원의 과거 정치적 행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당시, 당내에서 '찬탄파', 즉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소장파 의원 중 한 명으로 분류된 바 있다. 박 대변인의 발언은 이러한 과거 이력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당의 주류 의견과 다른 목소리를 냈던 김 의원에게 정치적 낙인을 찍으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는 결국 장애인 비하라는 표면적 문제 아래, 당내 노선 투쟁과 계파 갈등이라는 복잡한 정치적 역학 관계가 숨어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박민영 대변인은 1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과격하게 들릴 수 있는 표현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으나, 곧이어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권인 20번 미만에 장애인이 3명 배정된 걸 지적한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 취지를 재차 설명했다. 이는 표현 방식에 대한 사과일 뿐, 장애인 후보 공천이 과도했다는 자신의 핵심 주장은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반쪽짜리 사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국민의힘의 쇄신 방향과 가치관을 시험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